하느님을 만난 사람들을 더욱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 신앙공동체 교회를 바르게 일구어 낼 수 있는 지를 생각하며 현장에서 느낀 것들을 한 가지씩 나누고 싶어 글을 씁니다. 가능하면 한 주에 한 가지씩 나누려고 합니다. 다만 글재주가 없는 사람이라 읽는 분들의 넓은 마음을 바랍니다. 

먼저 나누고 싶은 것은 목회자의 월급에 관해서 입니다. 저는 목사로서 시골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목사로서 매월 첫 주에 월급을 받습니다. 목사가 받는 일한 대가로 교회로부터 받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월급을 받을 때 마다 나이 많으신 교회장로님은 제가 "월급을 받게 되서 고맙습니다." 하면, 웃으면서 "목사님, 월급이라고 하지 마세요. 생활비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답변하시지요. 월급이라고 부르면 무언가 교인들이 드리는 정성에 걸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입니다. 교인들은 비록 사례를 많이 하지 못하지만 마음을 써서 드리는 것이므로 회사에서 주는 월급이라고 제가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서 좋아하지 않으시는 듯 합니다. 그 마음을 저는 좋아합니다.

사실 제 나이에 그 월급 가지고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지요. 그러나 제가 굳이 월급이라고 부르는 뜻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저와 제 가족이 필요한 모든 것을 다 충당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것입니다. 교회마다 다르지만 제가 섬기는 교회의 경우에는 월급하나만으로도 경제적으로 벅차합니다. 그런데도 여러가지 이유로 또 다른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심방비같은 경우는 이해가 됩니다. 교인들 경조사를 방문할 때, 매번 월급만을 가지고 충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요. 그런 경우, 심방비는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도시교회 담임으로 있는 친구들의 경우, 여러 모양으로 월급외에 더 받는데 그게 꽤나 크더군요. 예를 들자면, 위에 예를 든 심방비외에, 연금비, 도서비, 자녀 교육비, 사택관리비, 은급저축비, 차량유지비 등등의 여러 명목으로 매월 받는데 이러한 비용에는 목사가 쓴 모든 비용을 교회가 다 감당하게 되어 있더군요. 목사가 사는 사택에서 쓰는 모든 비용속에는 전기, 가스, 관리비, 전화비가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비용지출이 교회 재정에 많은 부담을 준다고 봅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목사도 교인들과 같이 월급만으로 생활하기를 바랍니다. 교인들이 월급안에서 교회헌금을 내고 생활을 하듯이 목사도 월급만을 받고 그 안에서 생활하기를 바랍니다. 월급안에서 자녀도 공부시키고, 자동차도 관리하고, 집안살림도 하고, 책도 사보고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돈이 무섭지요. 모자라는 경우도 생기지요. 그래도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목사는 교회에 헌금을 많이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이런 저런 명목의 헌금으로 월급의 많은 부분이 교회재정으로 되돌려 집니다. 어떤 때는 무임금으로 일할 때도 있게 됩니다. 지금같이 교회를 건축하는 경우에는 월급을 받고나서는 다시 다 헌금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특수한 경우이지요. 또한 불우한 교인들의 경우에는 호주머니를 털어 남몰래 드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목사들이 제 욕심을 차리려고 월급을 많이 타려고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목사들은 많지 않습니다. 많은 목사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으로 묵묵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명목의 지출은 다 필요하다 보니까 그러지 않는가 합니다.

그래도 목사는 월급만으로 생활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목사는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월급을 받기위해, 생활비를 벌기위해 일터에서 힘들게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시할 경우가 있게 됩니다. 그래서 종종 교회재정을 생각하지 않고 무리한 일을 벌인다든가, 재정이 풍부하다고 할지라도 바르고 알차게 쓰기 보다는 외형적인 일에 무리하게 쓰는 경우들이 많다고 봅니다. 그러한 일들을 저는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저 돈이 그렇게 쓰이면 안 되는데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제 자신이 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해 본 경우가 있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새벽에 사무실에 나가서 청소를 하였지요. 낮에는 식당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일주일마다 주급을 받으면서 십일조를 드리게 될 때,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때로는 헌금을 하지않고 우리 가족이 다 쓴 경우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때에 느낀 것은 돈을 아껴 써야겠다는 것입니다. 돈 벌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그 가운데 드리는 헌금은 꼭 필요한 것에 쓰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그 돈에서 받는 목사월급은 더 아끼고 아껴 써야 합니다. 그래서 목사도 교회에서 받는 명목을 한가지로 월급으로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안에서 자신의 생활비를 다 충당하여야겠지요. 교인들과 마찬가지로 월급안에서 쓰게 되면 아무래도 교인들의 어려움을 더욱 잘 알 수 있게 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그들과 함께 함께 어려움을 나누어야 하느님의 말씀을 교인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말씀대로 하느님의 자녀들은 "기뻐하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 주고 우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울어 주십시오."라는 말씀을 몸으로 행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제 자신 월급안에서 모든 생활을 감당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도 사보고, 살 돈이 부족하면 가끔 서울에 올라갈 때 책방에 앉아서 보기도 합니다. 의료보험비도 내고, 가끔씩 자동차 기름값도 내고, 내 실수로 교회차가 문제가 생기면 내 월급에서 냅니다. 가끔 밖에 나가서 먹고 싶은 것도 교인들 눈치 안채게 사먹고 오기도 합니다.^^ 아직 전화세는 교회에서 내주고 있습니다. 교회안의 사무실과 유아실을 목사 집으로 쓰기 때문에 전기세도 교회에서 내주고 있습니다. 감사한 일이지만 미안하기도 합니다. 

오늘도 나이드신 교인이 김치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이러한 사랑을 받을 때마다 목사는 월급가지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랑이 넘치는 한국교인들은 결코 목사가 굶주리는 것을 참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목사들이여, 월급만으로 삽시다. 그 안에서 교인들처럼 낼 공과금 다 내고, 자녀들 교육시키고, 책도 사보고, 도와줄 사람들 도와주면서 삽시다. 교인들이 그런할진대 목사들이야 더욱 그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28/08/2003

Posted by 씨알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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